초록 일부
반디앤루니스 리뷰
15세기, 유럽에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흘러들어 왔다. 이들은 이집트에서 온 사람들로 여겨졌으며, ''보헤미안''이나 ''이집트 사람'' 등의 호칭으로 불리워졌다. 이주 초기, 이들은 영주들의 용병이나 음악가로 환대를 받았으나. 19세기 유럽에 민족주의가 확산된 후에는 그들에 대한 불안의 눈빛과 박해 정책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 ...
더보기
초록 전체
반디앤루니스 리뷰
15세기, 유럽에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흘러들어 왔다. 이들은 이집트에서 온 사람들로 여겨졌으며, ''보헤미안''이나 ''이집트 사람'' 등의 호칭으로 불리워졌다. 이주 초기, 이들은 영주들의 용병이나 음악가로 환대를 받았으나. 19세기 유럽에 민족주의가 확산된 후에는 그들에 대한 불안의 눈빛과 박해 정책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 이 책은 집시로 불리우는 일단의 사람들이 유럽에 흘러들어온 그 때부터, 지금까지 그들의 역사를 다양한 그림, 사진과 함께 기술하고 있는 책으로, 집시의 가족 문화와 유랑 생활, 신앙과 음악 등 그들의 특질에 관한 설명도 함께 덧붙이고 있다.
출판사 리뷰
독특한 삶의 풍습을 지닌 자유로운 라이프 스타일의 대명사, 집시!
기구한 민족적 운명에 맞서 빛나는 자유와 예술혼을 지켜낸 사람들
* 출간 의의 *
신비로운 점술과 음악, 일상의 축제를 꿈꾸는 아름다운 공동체적 삶
차별과 박해 속에서 풍요로운 문화를 꽃피워온 춤추는 보헤미안, 집시
''집시(Gipsy)'' 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여성 패션지에 소개되는 치렁치렁한 액세서리와 구제 나팔바지 등의 집시풍 패션? 러시안 집시 카드 점? 빅토르 위고의 [노트르담의 곱추]에서 화려한 춤을 추는 에스메랄다? 혹은 에밀 구스트리차의 영화나 장고 라인하르트의 기타 소리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까? 까만 머리를 치렁치렁하게 기른 검은 피부의 남자와, 터번처럼 천을 둘둘 말아 머리에 쓰고 가슴이 깊게 팬 상의를 입은 여자, 특유의 인상적인 모습으로 15세기 유럽 시민들의 혼을 쏙 빼놓은 색다른 민족, 그들이 바로 집시다.
이 책에서 그려지는 집시의 모습은 단순히 낭만적인 정서만을 불러일으키지는 않는다. 흑인, 유태인, 제3세계 소수민족, 그리고 오늘날에도 곳곳에서 자행되고 있는 인종차별 정책의 희생자들과 마찬가지로, 집시 역시 오랜 세월 한 맺힌 역사를 살아온 이들이다. 귀족 청년과 집시 처녀의 눈물겨운 사랑을 노래한 세르반테스의 작품 [집시 여인]에서 집시가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삶의 방식이자 천대받는 계급의 상징으로 그려지듯이 그들은 인도 지역에서 기원하여 오늘날 전 세계 곳곳에 퍼지기까지, 잇단 추방령과 정착화 정책, 독일 나치즘의 인종말살 정책 등으로 점철된 불행한 운명과 맞서 싸운 민족인 것이다.
중세 말, 이상한 여행자 한 무리가 십자군의 원정 행렬에 역행하는 길을 따라 유럽으로 들어왔을 때, 사람들은 그들을''보헤미아에서 온 사람''(보헤미안)이라고도 했고,''이집트에서 온 사람''(에집타노)이라고도 했다. 지역에 따라''치가니''(헝가리),''치고이너''(독일),''기타노''(이탈리아) 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이 어디서 온 사람들이며 어떤 자들인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른 어떤 민족과도 확연하게 구분되는 독특한 외모, 외부의 공격을 거부하는 강렬한 눈빛, 그리고 마차를 타고 무리지어 다니며 한곳에 오래 머무르지 않고 계절의 변화에 따라 유랑하는 습성. 그들의 이런 생활방식 때문에 오늘날''집시''혹은''보헤미안''이라는 말은 정형화된 사회의 틀에 갇히지 않는 자유로운 라이프 스타일의 대명사로 불린다.
시민사회가 성립되기 이전의 유럽에서 그들의 독특한 풍습은 결코 환영의 대상이 아니었다. 근대 유럽인들의 눈에 집시들은 이상하고, 낯설고, 신비롭고, 독특하지만 무엇보다''미개한''종족이었다. 집시들은 타고난 강한 근성과 체력 때문에 16세기부터 18세기까지 동유럽 영주들의 용병으로 활약하는가 하면, 탁월한 음악성을 인정받아 궁정 음악가로 화려한 전성기를 누리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유럽인들은 어떤 경우에도 그들을 자신들과''동률''의 위치에 두지는 않았다. 19세기에 들어오면서 유럽인들이 집시들을 대하는 태도 속에는 신비감 대신 의심이, 매혹 대신 불신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중세 이전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유럽의 역사 속에서 집시들의 위치를 통시적으로 훑고 있는 이 책은, 소수자들을 대하는 태도가 한 국가의 사회적 성숙도를 측정하는 척도가 되듯이, 집시들의 역사를 통해 유럽의 역사와 유럽 사회의 문화적 특징을 보여준다. 더불어 집시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라는 거품들을 걷어내고, 유럽이라는 거대 대륙의 배척과 경멸적인 시선에 맞서 스스로를''롬''이라 칭하고 롬이 아닌 사람들을''가드조''라고 불렀던 자부심 강한 민족, 멜랑콜리가 가득한 음악과 신비로운 점술 세계, 공동체 생활과 축제 등 놀랍도록 풍요로운 문화를 꽃피워온 집시들의 역사를 인문학의 영역에서 객관적으로 다루고 있는, 국내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유일무이한 책이다.
더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