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쪽 “아버지, 이것 좀 가르쳐 주세요.” 어린 소녀가 또 아비를 졸라 대. “저번에도 가르쳐 줬잖느냐.” 다들 여자는 글을 알면 안 된다고 했어. 하지만 아비는 딸의 궁금증을 풀어 주고 싶었지. “이미 다 외워 버렸어요. 이젠 이 책이 궁금해요.” 아, 글쎄 그 사이 책을 또 한 권 골라든 거야. 아비는 어린 딸을 무릎에 앉히고 책을 읽어 주기 시작했어.
12-13쪽 빙허각이 또 책에 코를 박고 있어. 글자를 죄다 삼킬 기세야. 새색시가 이러면 어떡하느냐고? 듬직한 신랑도 함께 책에 빠져있는 걸 뭐. 책을 좋아하는 색시가 와서 신랑은 신이 났지. 책이 가득한 집안이니 새색시 빙허각도 좋고. 둘은 마주 앉아 주거니 받거니 시를 나누곤 했어.
28~29쪽 빙허각은 읽은 것, 겪은 것, 생각한 것, 실험해본 것을 죄다 정리했어. “이것도 유익하겠구나.” 뱃속 아기 교육부터 아플 때 응급처치 하는 법도 적었어. “이것도 필요할 때가 있을 거야.” 집안 귀신 쫓는 법까지 빼놓지 않았어. 옛글을 구해보고, 이 책 저 책 펼쳐보고, 이 내용 저 내용 따져보고, 궁금한 게 생기면 또 책을 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