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한 인물의 삶과 사유의 흐름, 그리고 역사가 살아 있는
평전 같은 선집

한국고전번역원이 펴내는 ‘한국고전선집’


01 『삼봉집 : 조선을 설계하다』


02 『율곡집 : 성리학의 이상향을 꿈꾸다』
……

한국고전번역원이 ‘한국고전선집’ 시리즈를 새롭게 선보입니다. 이 시리즈는 방대한 우리고전 가운데 역사적, 현대적으로 의의가 있는 작품을 골라 그 인물의 삶과 사유의 흐름을 따라가며 엮은 평전 성격의 선집입니다. 학계의 연구 성과를 반영한 상세한 해설과 정확한 번역, 전문 감수를 거친 신뢰도 높은 판본으로서 청소년부터 일반 교양인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또한 사상, 철학, 문학, 과학, 역사 등 서종을 폭넓게 아우름으로써 독자들의 인성 함양과 통합적인 사고 형성에 기여하는 바가 클 것입니다.
한국고전선집은 원 저작자의 의도를 잘 살리면서, 그 인물과 그 시대를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고민하여 체제를 꾸리고 최소한의 평설을 덧붙였습니다. 저작을 청소년기, 장년기 등 시기별로 재구성하여 한 사람의 인생 스토리를 전달할 뿐 아니라 그의 사유의 변화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시기별 정리가 어려운 경우에는 여러 연구 성과를 종합하여 그 인물을 가장 잘 드러내 줄 수 있는 체제를 선택하여 구성할 것입니다. 번역과 해설은 청소년부터 읽을 수 있는 수준을 지향합니다.
인물 전체를 조망하는 해설, 그를 가장 잘 드러낸 작품선, 그것의 이해를 돕는 평자의 해설, 그리고 그동안의 연구성과를 집약하여 작품과 사건을 시대별로 정리한 연보로 구성된 이 책은 그 어떤 책보다 효과적으로 인물과 시대를 보여 줄 것입니다.
한국고전선집은 방대한 분량, 한문이라는 장벽에 가로막혀 고전 읽기로 나아가지 못하는 독자들에게 장벽을 넘는 사다리가 되어 줄 것입니다. 고전이라는 망망한 세계를 탐험하고 싶은 이들에게 이 시리즈가 친절하고 훌륭한 길잡이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한국고전번역원은 한국고전선집 시리즈의 첫 출발로, 『삼봉집』과 『율곡집』을 선보입니다. 계속해서 추강 남효온의 작품, 금대 이가환의 작품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출간 의의
율곡 이이를 읽지 않고는 조선 중기를 이해할 수 없다
율곡 이이는 이론과 실천을 삶에서 구현한 유교적 학자 관료의 전형으로 평가받는다. 그의 타고난 천재성은 무수한 일화로 남았고, 실제 학문과 정치 영역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경연일기」「격몽요결」「성학집요」「천도책」「만언봉사」「동호문답」 등은 그의 탁월한 식견을 여실히 증명한다. 이이를 읽지 않고는 조선 중기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이이는 사화와 권신의 전횡, 외척의 발호, 지식인의 동과 서로의 분열로 인해 백성의 삶이 무너져 내린 혼란의 시대에 갈고닦은 지식과 함양한 덕성을 펼쳐 학자 관료로서 유교적 이념이 지배하는 사회를 이루려고 몸과 마음을 다 바쳤다. 현실에 대한 냉철한 인식, 유교적 이상 사회에 대한 확고한 믿음으로 이이는 사회 개혁과 국가 기강의 재정비를 시도하며 무너진 인민의 삶을 재건하려고 동분서주하였다.

인물과 시대를 읽는 최고의 선집
한국고전번역원은 우리 역사상 가장 천재적이고 열정적인 인물 중의 한 명이었던 이이의 삶을 그의 저작을 통해 새롭게 조명한다. 학계에서는 그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어 온 편이지만 그의 저작과 삶을 하나로 꿰는 작품 선집은 아직까지 없었다. 『율곡집 : 성리학의 이상향을 꿈꾸다』은 그간 축적된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이이의 전 저작 중에서 그를 가장 잘 드러내 줄 수 있는 작품을 선정하고, 이를 시기별로 재구성하였다. 특히 이번 선집 작업을 진행한 철학 박사 김태완은 그동안 이이와 관련한 연구를 꾸준히 진행하며, 『책문, 시대의 물음에 답하라』『경연, 왕의 공부』『율곡문답』『성학집요』(번역) 등을 통해 이이의 사상과 철학을 쉬운 언어로 대중에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해온 대표적인 이이 연구가이다.
여타 선집이 주제별 구성이나 원 문집의 문체별 분류 체제를 따르는 것과 달리 크게 유년~청소년기, 청년기, 장년기, 노년기로 구분하여 작품을 엮고, 평설을 덧붙임으로써 자연스럽게 한 인물의 시기별 행적과 사유의 흐름, 시대의 변화상을 알 수 있게 하였다. 이러한 구성은 연구자의 평설을 최소화한 선집이지만, 한 인물의 삶을 있는 그대로 읽으면서도, 그 인물의 가치와 역사적 의의를 깨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이이는 열아홉 살에 무엇을 고민했을까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 ‘사임당의 보살핌 속에’(1~16세)에서는 그의 어린 시절 「화석정」이라는 시와 어머니 사임당 신씨 행장을 통해 살펴본다.
제2장 ‘길을 찾아 나선 길’(17~29세)에서는 어머니를 여읜 상실감과 사춘기의 정신적 방향, 입신을 위한 과거 공부와 인격 완성이라는 유학 본연의 목표 사이에서 딜레마를 겪는 이이의 모습이 드러난다.



오랫동안 놓친 마음을 하루아침에 거두어들이려 하니, 힘을 쓰기가 어찌 쉽겠는가. 마음은 살아 있는 물건이니 확고한 의지력을 성취하지 못하면 마구 흔들려서 안정되기 어렵다. 만약 사려가 어지러워지고 흔들릴 때 이를 의식하고서는 싫어하고 미워하여서 끊어 버리려고 하면 더욱 어지러워지고 흔들린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사려가 갑자기 일어났다 홀연히 사라지는 것이 마치 나에게서 나오지 않은 것 같다. 가령 끊어 버린다 해도 다만 이 끊어 버리려는 생각이 가슴속에 가로막혀 있으면 이 또한 망념이다. 사려가 어지러워지고 흔들릴 때에는 정신을 가다듬어 가볍게 비추어 보고서 사려를 따라가지 마라. 이런 방법으로 오래 공부를 하면 반드시 마음이 확고하게 안정될 때가 있을 것이다. _「자경문」 중에서

제3장 ‘시대의 물음에 답하여’(30~40세)에서는 본격적인 정계 활동상이 나타난다. 정치를 쇄신하여 백성의 삶을 구제하고 싶었던 그는, 『동호문답(東湖問答)』「만언봉사(萬言封事)」 등의 여러 글을 통해 시국의 급선무를 고민하였고, 폐단을 바로잡기 위한 대책을 강구하였다. 또 이황, 기대승, 성혼 등 당대의 거유들과 서간을 통해 학문적 담론을 꾸준히 이어가며 학문을 닦는 일에도 소홀하지 않았으며, 그는 그렇게 탐구한 자신의 학문을 현실에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오늘날의 폐단을 다 말하려고 하면 아마도 내가 하루 종일 말해도 부족할 듯합니다. 지금의 방법대로 하고 지금의 정치를 바꾸지 않으면 비록 요순 같은 임금이 위에 있고 고요와 기 같은 현명한 신하가 아래에 있다 하더라도 치란에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하고 몇 년이 안 가서 백성은 반드시 생선처럼 문드러지고 흙처럼 무너질 것입니다. 게다가 크게 걱정되는 것은, 지금 백성의 역량이 마치 죽어가는 사람이 숨을 헐떡거리고 있는 것 같아서 평소에도 버티기 어려운데 만약 남쪽이나 북쪽에서 외침이 일어난다면 장차 반드시 거센 바람이 낙엽을 휩쓸듯이 할 터이니 백성은 그만두고라도 종묘사직이 어디에 의탁하겠습니까. 생각이 여기에 미치면 나도 모르게 통곡이 나옵니다.”
“그대의 말은 참으로 옳습니다. 그러나 충신이 임금을 보필하려면 마땅히 조종을 본받아야 하는데 만약 그대의 말대로 한다면 조종의 법도를 바꾸고 어지럽히는 것에 가깝지 않겠습니까?”
“아아! 세속의 견해는 늘 이와 같습니다. 이는 한 가지 계책도 써 보지 않고 앉아서 망하기만을 기다리는 방법입니다. 정자는 ‘ 백성을 살리는 길이 궁색해졌을 때는 성왕의 법도 고쳐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대체로 법은 오래되면 폐단이 생기고 폐단이 생기면 마땅히 고쳐야 합니다. 『주역』에서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한다.’고 하였습니다. _「동호문답」 중에서

제4장 ‘우국충정을 남기고’(41~49세)에서는 이이의 말년의 행적과 생각을 엿볼 수 있다. 훈구와 사림의 대립이 소멸되고 바로 나타난 원로와 신진의 갈등이 격해지면서 이이는 이들의 갈등을 중재하려고 노력했으나 결국 실패하였다. 정치는 환멸스러웠지만 그렇다고 진리탐구마저 놓을 수는 없었고 더더구나 현실에서 고통 받는 백성을 외면할 수 없었다. 마흔아홉 살에 스러지기까지 그의 우국충정은 조금도 줄지 않았다.



셋째, 근래 사명 使命 *이 잇따라서 남북도(함경도)가 괴로움을 견디지 못합니다. 별명(別命, 어떤 일을 위해 특별히 명을 받은 사자)은 공궤(供饋, 음식을 비롯하여 사명을 수행하는 데 따르는 모든 편의를 제공하는 일)를 간략하게 하고 여러 고을이 잘 해내지 못하는 일이 있더라도 모름지기 대뜸 위엄과 노기를 보이지 말기를 바랄 뿐입니다. 별명을 띤 사신은 원수 元帥 와 서로 의기투합하지 못하는 일이 자주 있으므로 천하의 일이 실패는 많고 성공은 적습니다. 이런 뜻을 모름지기 십분 헤아려서 예의와 겸양을 극진히 하여 원수를 대하며 모든 일을 모두 온화하게 상의하여 정하고 조금도 어겨서 거스르는 뜻이 없어야 합니다. _「서 어사에게 주는 방량 여섯 조목(六條方略與徐御史)」 중에서

더 나은 세상, 더 나은 삶, 더 나은 인간을 고민하다
이이는 이황과 함께 조선 성리학의 쌍벽으로서 성리학을 학문적으로 발전시키는 데 공헌하였을 뿐 아니라 자신의 학문과 이념을 현실 정치에 적용하여 이상사회를 건설하기 위하여 일생을 바쳤다. 무수한 좌절을 겪으면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유교적 이상사회를 구현하려는 노력을 놓지 않았다. 그는 평생 더 나은 세상, 더 나은 삶, 더 나은 인간을 고민했다. 그의 삶이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그가 지식인으로서, 사회 지도층으로서의 책무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었고,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진심을 다했기 때문이다.
천재로 태어나 천재로 기억되기는 쉽지 않다. 이이가 지금까지도 한 시대를 풍미한 천재로 기억되는 것은 그의 평생이 그만큼 열정적이고 치열했기 때문일 것이다. 열아홉 나이에 진리가 무엇인가를 묻고, 서른한 살에는 새로운 정치를 일구기 위한 방략을 이야기했으며, 마흔에는 제왕학의 교재가 된 저술을 완성하였다. 그의 삶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여러 가지 물음을 던질 것이다. 그리고 그 물음에 대한 실마리도 함께 줄 것이다. 시대의 지식인이라면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가, 정치가의 급선무는 무엇인가, 지도자의 역할은 무엇인가 그리고 나의 소명과 책무는 무엇인가.


작가 소개
• 지은이|이이(李珥), 1536~1584
자는 숙헌(叔獻), 호는 율곡(栗谷)이다. 이이는 조선의 학자이며 정치가이다. 그의 학문은 주자학을 충실히 계승하고 자기 관점에서 논리적으로 체계화하여 조선 성리학을 절정에 이르게 하였다. 정치가로서 그는 조선 건국 이후 쌓여 온 모순을 개혁하고 국가의 기강을 재정비하고 인민의 삶을 재건하는 데 일생의 정력을 다 쏟았다. 조선의 제일가는 경세가로 일컫고 있다.

• 옮긴이|김태완
경북 봉화 출생. 숭실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이이의 실리(實理) 사상을 연구하여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학에서 수년간 강의하였다. 지금은 광주의 (사)지혜학교 철학교육연구소 소장으로 있으면서 청소년과 시민이 인



문학적 교양을 쌓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책문, 시대의 물음에 답하라』 『경연, 왕의 공부』 『율곡문답』 『시냇가로 물러나 사는 즐거움』 『사자소학, 어울림을 배우다』 『중국철학우화 393』 들이 있고, 역서로는 『도교』 『성학집요』 『고대 중국의 축제와 가요』 『중국문장가 열전』 들이 있다.

• 감수|이상하
1961년 경북 성주에서 태어났다. 계명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민족문화추진회 국역연수원 상임연구부를 졸업하였다. 조선대학교 한문학과 교수를 역임하였으며, 현재
한국고전번역원 부설 고전번역교육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번역서로는 『아계유고』 『용재집』 『읍취헌유고』 『석주집』 등이 있다.


차례
이이는 누구인가

제1장 사임당의 보살핌 속에
화석정 |돌아가신 어머님 행장

제2장 길을 찾아 나선 길
최입지에게|동문을 나서며|길을 가다가|산중에서|풍악산 작은 암자에서 노승에게 주다|자경문|자잘한 이야기|천도책|시를 재촉하는 비

제3장 시대의 물음에 답하여
요승 보우를 논하는 소|간원에서 시사를 아뢰는 소|경연일기 1567년 10월|기대승에게|퇴계 선생에게 올립니다|동호문답|퇴계 선생에게 올립니다|서원향약|성혼에게|정언묘선 서문|만언봉사|경연일기 1575년 5월
성학집요를 올리는 차자

제4장 우국충정을 남기고
격몽요결|정사의 학도에게 보이는 글|배 안에서 남산을 돌아보고 허전하여 짓다|눈 속에 소를 타고 성혼을 찾아가다|도봉서원 기문|구용첩 발문|정암 조광조 선생의 묘지명|학부통변 발문|인심도심에 관한 그림과 설명|김시습전|극기복례에 대한 설|생질 홍석윤에게 주는 글|말과 행실의 어려움|서울을 떠나 배를 타고 해주로 내려가며|서 어사에게 주는 방략 여섯 조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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