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소개
60년대 한국 리얼리즘 영화의 대표적 감독. 1931년 10월 6일에 출생하여 1975년 4월 13일 세상을 떠났다. 경신고를 졸업했으며, 안종화 감독의 <사도세자>(1956)의 단역배우를 거쳐 조감독으로 생활하다가 1961년에 <주마등>으로 데뷔했으며, 요절할 때까지 49편의 작품을 연출했다. 이만희의 작품세계를 논하는 것은 한국영화 리얼리즘의 대표성을 논하는 것이라 볼 수 있을 만큼 작가로서 인정을 받았다. 초기에 만든 <돌아오지 않는 해병>은 1950년대 말에 시작된 사회적 리얼리즘이 발전하던 시대에 등장한 작품이다. 긴장감 넘치는 전투장면과 인물의 성격화가 뛰어나다. 이 작품은 등장인물의 멜로드라마적인 로맨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투와 전투, 참호 속 중공군의 진입 등 박진감 있는 사실성을 창출하여 지금까지 나온 전쟁영화 중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꼽힌다. 또한 전쟁영화의 형식적 틀을 완성시켰다고 평가받았다. 이 영화는 단순히 반공사상을 고취시키는 전쟁영화가 아닌 반전적인 내용의 휴머니즘적인 작품이다. 이만희 감독은 몇 가지 유형의 영화를 주로 연출했는데, 대표적인 장르가 전쟁 영화이다. <돌아오지 않는 해병>을 비롯하여 (1963), <7인의 여포로>(1965), <군번 없는 용사>(1966), <창공에 산다>(1968), <들국화는 피었는데>(1974)가 그런 영화이며 그의 영화 이력 전체에 걸쳐 꾸준하게 만들어온 장르이다. 전쟁 장면을 긴장감과 사실감 있게 연출하면서도 주제는 전쟁에 대한 비극을 강조하는 반전적인 성격을 가진다. 이 중 <7인의 여포로>는 용공적인 영화라는 이유로 반공법에 걸려 상영불가는 물론 이만희가 구속되었던 영화이다. 그 이유는 북한 인민군이 국군 간호장교를 도와서 남으로 귀순한다는 내용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자주 연출했던 다른 장르는 미스터리물이나 스릴러물이다. 수사영화 <다이알 112를 돌려라>(1962)와 <마의 계단>(1964), <협박자>(1964) 등이 그런 작품이다. 그는 공포와 긴장감을 고조시키면서 심리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섬세한 연출을 선보였다. <마의 계단>은 정부를 살해한 의사가 범인으로 잡히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추리영화로서 시나리오가 정교하게 짜여진 작품이다. 마지막으로 그를 리얼리즘 감독으로 불리게 했던 <흑맥>(1965)을 시작으로 <시장>(1965), <만추>(1966), <기적>(1967), <귀로>(1967), <삼포가는 길>(1975)에 이르기까지의 리얼리즘적인 영화들이다. 먼저 <시장>은 한 여자를 둘러싼 여러 남성들의 애욕이 빚는 이야기이다. 어물상을 하는 시장이라는 공간적 배경 속에서 밑바닥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 원초적인 애욕과 끈끈한 관계에 의존하여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다. 이만희 감독이 이 영화에서 보여준 리얼리즘은 복녀라는 여인의 숙명을 중심으로 시장에서 생존을 영위해야 하는 인간들의 몸부림이다. 그의 마지막 유작 <삼포가는 길>(1975)은 황석영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잃었던 고향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우연한 만남과 동행, 그리고 고향을 찾아가는 것으로 구성된 이 영화는 서정적이며 심리적으로 승화된 리얼리즘의 완숙한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인물들의 성격을 설명이나 회상 없이 생동하는 것으로 그려내며, 인물의 심리적 상태가 영화의 배경이 되는 눈 덮인 평원, 눈보라 등과 어우러져 표현된다. 그는 전쟁 영화 혹은 미스터리물과 같은 영화를 포함해 자신의 모든 작품들 속에서 리얼리티를 생동감 있게 포착하면서도 상황 속에 놓여진 인간들의 심리적이며 서정적인 리얼리티를 함께 포착하여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