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2020년 12월,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사전 원고인 ’말모이 원고‘가 보물 제2085호로 지정되었다. 일제의 핍박 아래서도 우리말을 지키기 위해 함께했던 ’말모이 운동‘의 정신과 ’우리말 사전‘의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된 뜻 깊은 일이다. 그리고 이를 한 달 앞선 11월, 21세기 대한민국의 한국어 사용자들이 함께한 또 다른 말모이 원고가 온라인에서 오픈된다. 바로 문화체육관광부·국립국어원·한글학회·네이버·한글과컴퓨터·조선일보가 주최, 후원하고 전국 각지의 국민들이 직접 모은 〈말모이, 다시 쓰는 우리말 사전〉이다.

100년 전 ‘말모이’의 정신을 오롯이 계승한 이 사전은 외국어, 외래어와 정체불명의 은어들이 범람하는 가운데 이미 사라졌거나 점차 사라져가고 있는 전국의 옛말과 입말, 지역어들을 국민의 손으로 모아보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2019년 10월 7일부터 2020년 8월 6일까지 10개월간 말모이 누리집(https://malmoi100.chosun. com)과 말모이 사무국(상명대 국어문화원)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접수를 받았고 온라인으로 22,683건, 오프라인으로 약 70,000건의 단어가 접수되었다. ‘내가 죽으면 이 말, 그리고 여기 담긴 우리 삶도 함께 사라질 것 같다’며 손으로 꾹꾹 눌러쓴 편지를 보내온 어르신부터 평생을 바친 연구 자료들과 출판물을 보내온 학자들, 부모님 혹은 할머니, 할아버지와의 애틋한 추억이 담긴 사연을 올려준 젊은 세대들까지(‘지역어’라는 특성상 젊은 층의 참여가 적지 않을까 하는 예상과 달리, 누리집이 열린 지 나흘 만에 2100개의 단어가 온라인으로 접수되었다), 너무도 다양하고 열의에 찬 제보들이 이어져 실무진을 놀라게 했다. 이렇게 수집된 말모이는 71인의 지역대표가 검토한 다음, 60인의 국어문화원 연구진과 지역어 전문가 등이 정제·검수하는 과정을 거쳤고, 2020년 11월 온라인 사전이 먼저 공개되었다. 그리고 이제 그 모두의 노력이 담긴 결과물이 종이 책으로 선을 보인다.
상세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