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침묵의 세계≫의 저자 막스 피카르트가 전하는 ‘말’에 관한 성전『인간과 말』. 말과 언어, 그리고 인간에 관한 명상록으로 아름다운 시적 운율이 돋보이는 책이다. 말을 중심으로 말과 소리, 말과 빛, 말과 진리, 말과 결정, 말과 사물 등 말이 태어나기 이전의 세계와 이후의 세계, 그리고 말이 탄생하는 순간에 펼쳐진 세계를 깊이 응시하여 인간과 말의 관계를 들여다본다. 말의 껍질이 벗겨지고 말이 원래 지니고 있던 빛이 드러나면서 언어 하나하나에 깃들어 있는 놀라운 세계를 경험하도록 이끈다.

특히 저자가 관찰하는 언어는 철학이나 전문용어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언어로 함축된 해방의 모든 몸짓이다. 그는 고대어의 문장을 살피고, 구약성서의 명사와 문장구조, 시인들의 말을 천천히 응시하면서 언어의 심연으로 들어가 끄집어 올린다. 그리고 우리가 망각하고 있던 언어의 전체성, 내재성, 선험성을 길어 올린다. 신비주의적 보수성에 가까운 그의 글은 사물의 근본까지 내려가 문제의 근원을 밝히며, 자신의 입장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느릿느릿, 조근조근 편안하게 들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