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 베어드 선교사 부부의 한국어 학습서 』는 숭실대 한국기독교문화연구원 인문한국(HK+) 사업단의 자료총서로 윌리엄 베어드(W.M. Baird)의 『 회의, 교회 및 기타 용어들에 관한 영한, 한영사전 』과 애니 베어드(Annie L.A. Baird)의 『 한국어 사용 초보자를 위한 50가지 도움말 』의 영인 및 번역문을 함께 수록했다. 숭실대 한국기독교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두 자료는 해방 이전 시기 서양 선교사들이 선교 사역과 교회 운영을 위해 낯선 언어인 한국어를 익히려고 고투했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재와 학습법은 물론이요, 한국어 자체의 표기법이나 문법 체계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서양 선교사들은 그들 나름의 지식을 동원하여 한국어의 문법 체계를 세우고, 영어에 대한 번역어를 정비하고, 선교에 필요한 표현들을 속성으로 익히기 위한 학습법을 개발했다. 이들의 ‘언어횡단적’(trans-linguistic) 실천은 현대 어학의 관점에서 보면 여러 한계를 갖는 ‘낡은’ 지식에 불과할 수도 있으나, 이(異)문화들이 처음으로 접촉하고 충돌하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기이한 굴절과 변용의 장면들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는 여전히 흥미롭다. 눈 밝은 독자들이 언젠가 이 옛 텍스트의 갈피에서 새로운 앎을 길어 올리기를 기대하며, 약간의 해제를 덧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