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공감각이란 과학적으로 엄밀히 말해 “공감각 능력이 있는 개인이 소리를 모양, 색상 또는 맛으로 지각할 때처럼, 한 영역의 감각 행위들이 보통 다른 영역에 적합하다고 여겨지는 성질들을 취하는” (Marks, 1982) 것과 같은 비자발적인 신경학적 현상을 일컫는다. 더 일반적으로 말해, 그것은 “달콤한 소리”와 “차가운 색깔”과 같이 하나의 감각 영역과 또 다른 감각 영역의 경험적인 연합을 의미한다. 
언어학 분야에서는 일반적으로 공감각이 은유의 관점에서 이해된다. 언어적 공감각에 대한 선구적 연구로서, Ullmann (1963)은 “계층적 분포”라는 하나의 “보편적인” 이론적 프레임워크 (framework)를 제시하였다. 즉, 영어, 프랑스어, 헝가리어로 쓰여진 19세기 시 작품들을 분석하면서, 그는 공감각 전이에 있어 세 가지 주요한 경향들을 도출해낸다. 첫째, “촉각 (觸覺) → 열각 (熱覺) → 미각 (味覺) → 후각 (嗅覺) → 청각 (聽覺) → 시각 (視覺)”이라는 방향적 경향성이다. 이것이 바로 소위 “계층적 분포”라고 일컬어지는 것이다. 왜냐하면, 각 전이들이 육체적으로 “더 낮은” 감각 영역에서 “더 높은” 영역으로 이동하는 경향을 띠기 때문이다. 둘째, 가장 지배적인 전이의 원천/출발 영역이 감각 작용의 가장 낮은 단계인 촉각이라는 원천/출발 영역 경향성이다. 셋째, 가장 지배적인 공감각 전이의 목표/도달 영역이 시각이 아니라 청각이라는 목표/도달 영역 경향성이다. 그러나 그는 또한 그의 가설이 보편적으로 확립될 수 있도록 더 많은 언어적 예들에 대한 보다 광범위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한다. 탐구된 언어 대상들이 영어에서 중국어, 히브리어, 이탈리아어, 일본어와 같이 여러 언어들로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왔다. 하지만 한국어를 포함한 많은 언어들이 여전히 연구의 대상으로 남아 있다. 
이러한 점에서, 본 연구의 목적은 간단히 말해서 한국어 텍스트로부터 얻어진 공감각 자료들을 통하여 Ullmann (1963)이 제시한 계층적 분포 이론 체계를 테스트하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본고에서 다룰 이론적 질문들은 다음과 같다: (1) 한국어 공감각 전이의 전체적인 경로는 어떠한가? (2) 한국어 공감각 은유에 있어 지배적인 원천과 목표 의 감각 영역은 무엇인가? (3) 한국어 공감각 결합에서 보편적 또는 특수 문화적 양상들은 어떻게 표출되고 있는가? 
따라서, 본 연구의 초점은 한국어 공감각 현상의 방향성 및 일반성의 문제로 귀착된다. 본고에 사용된 공감각 데이터들은 구체적으로 한국 현대 시편들로부터 구해진 공감각 표현들이다. 이렇게 연구 질문과 데이터를 가지고 한국어에 나타난 공감각 은유 현상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 분석에 앞서 우리는 먼저 공감각 현상이 무엇이며, 은유가 무엇이며, 공감각 은유는 또한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사전 배경 지식으로 어느 정도 점검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난 후, 한국어 시편에 나타난 공감각 현상에 대한 분석과 그 결과 및 본서의 결론이 이어서 제시될 것이다. 
여기에서 간단히 데이터 분석 결과에 대해 언급하자면, 그것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1) 한국어 시편에 보이는 공감각 전이는 부분적으로 기존의 주요한 연구 결과들과는 다른 방향성이 나타난다. 무엇보다도 전이 순서도에서 미각이 촉각을 선행하면서 언어 공감각에 대한 “일반” 가설을 따르지 않는다. 하지만 미각과 촉각의 원천 영역 빈도 차이는 매우 미세하다. (2) 한국어 시적 공감각은 전반적으로 특이한 면모들을 보여주는데, 이는 이전의 다수 연구에서 논의된 “보편적인” 경향들과 불일치 하는 속에서 비교적 주목할 만한 하나의 문화적 특성과 관련된 미각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한다. (3) 한국어 시적 공감각 현상에서 시각과 청각 사이에서의 그 상호 작용이 공감각 결합의 다른 경우들에 비해서 월등히 더 내밀하다는 점이 또 다른 주목할 만한 특이점으로 나타난다. 
본 연구를 통하여, 비교적 명확하고 광범위한 데이터 소스에서 찾아낸 공감각 사례들을 조사함으로써 한국어의 공감각 현상을 보다 명확하고 포괄적으로 이해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또한, 공감각 자료의 검토와 비교 연구를 통해, 기존의 개연성 있는 보편 가설이 한국어의 공감각 현상에서도 잠재적으로 유효한 것인지 아닌지, 또는 색다른 논의가 필요한 지 검토할 기회를 제공하기를 바란다. 따라서 본서는 한국어 공감각 현상에 관한 더 진일보한 향후 연구의 토대를 마련하고 공감각 은유의 일반 이슈들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를 위한 또 하나의 언어적 증거를 제공하는 데 그 의의가 클 것이다.
사실 본 연구서는 저자의 박사학위 논문에서 부분적으로 도움을 받았고, 아직 국내에 이렇다 할 공감각 은유 전문 연구서나 번역서가 없는 현실 속에서 신진 학자로서 부족하게나마 이번에 출간하게 되었다. 일반 독자의 시각에서 최대한 쉽게 풀어 쓰고자 노력하였으며, 부록으로 본 연구자의 일반 언어에 대한 최신 공감각 연구 논문을 간략한 해설과 함께 덧붙임으로써 본서의 부족한 부분을 어느 정도 메울 수 있도록 하였다.
이 책에서 사용된 외래어 및 외국어는 정부의 외래어 표기법을 최대한 존중하되, 언어학 연구서의 특징을 고려하여 학자 및 연구서, 연구 논문의 경우 원칙적으로 원어로 표기하였음을 밝혀둔다. 나아가, 책에 나온 여러 가지 기호들과 집필 형식은 기본적으로 언어학 연구 논문의 일반적인 체계를 따르되 일반 독자들의 이해를 위하여 상황에 따라 저자 임의대로 적절히 조정하였음도 아울러 밝혀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