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1. Fifty Helps(1911)의 자료적 특성

한국 개신교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Horace N. Allen의 입국(1884년) 이후, 알렌을 비롯한 초기 서양의 개신교 선교사들은 선교지의 언어인 조선어를 학습하기 시작했다.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까지 당시에는 외국인을 위한 조선어 학습에 활용할 수 있는 학습서, 문법서는 물론이고 훈련된 교수자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선교사들은 스스로의 조선어 학습을 위해 여러 조선어 학습서, 문법서 등을 출간할 수밖에 없었다.

선교사들이 간행한 조선어 학습 및 교육에 관한 여러 서적은 교육 기관 내에서의 사용 여부에 따라 ‘교재’와 ‘학습서’를 따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구분이 없으면 현재도 출간되고 있는 각종 어학 잡지와 기관에서 사용되는 교과서를 구분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 총서에서도 이와 같은 견지에서 기관에서 사용할 목적으로 출판된 ‘교재’와 기관에서 사용할 목적이 없는 ‘학습서’로 구분하여 기술하도록 하겠다.

“Fifty Helps”은 초기 선교사 중 한 사람인 William M. Baird 목사(1891년 조선에 착임)의 부인인 Annie L. Baird가 저술한 것이다. Baird 부인의 조선어 이름은 ‘안애리’이며, 1891년 남편과 함께 부산으로 입국했다. 이후 부산에서 선교 활동을 시작한 베어드 목사와 같이 5년간 왕성한 선교 활동을 했다. 특히 1895년 대구에서 계명대학교를, 1896년 서울에서 경신학교를 열었으며 1897년 평양으로 이주하여 숭실대학을 개교하는 등 교육 선교 활동에 힘을 기울였다. 그녀는 1916년에 마지막 선교 사역지였던 평양에서 암으로 사망하였는데, 조선어 학습서의 출간 외에도 많은 번역 작업을 하였고, ??찬양가??(1894)를 비롯한 물리학, 동물학, 식물학 등의 조선어 교과서 등을 출간하였다.

1891년에 처음으로 조선어를 접한 베어드 부인은 선교활동을 통해 조선 각지를 방문하며 조선어를 익혀 조선에 입국한 지 5년 만에 1896년 초판본 “Fifty Helps”를 출판하게 된 것이다.

당시 조선어를 가르칠 수 있는 교육 기관 혹은 언어 교수자가 존재하지 않았던 상황에서 베어드 부인의 “Fifty Helps”는 사용 기간, 간행 횟수 등 다른 선교사들에 의해 출판된 학습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독보적인 가치를 갖고 있다고 판단된다. 오대환(2019)에서 정리한 바와 같이 이 책은 베어드 부인 생전에 4회, 사후에는 2회 간행되어 모두 6판의 개정 발간되었다. 무려 30년간에 걸쳐 간행되고 조선어 학습에 사용되었다는 점에서 다른 예를 찾기 힘들다. 이 책은 조선어에 대한 기초 지식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다. 조선어 ‘선생’과 함께하는 학습 상황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표현의 학습 방법, 조선의 문화 소개, 문화적 기피 사항 등 선교사의 조선어 학습 및 조선에서의 생활에 필요한 항목들도 간략하게나마 기술하고 있어, 새로이 착임한 선교사들의 훌륭한 교과서가 되었다. 당시의 이 책의 유용성은 선교사들의 잡지인 The Korea Mission Field의 선교사들의 증언에서 잘 알 수 있다. M.B. Stokes 목사가 투고한 기사(The Korea Mission Field, 1925.06.:130-132)는 다음과 같이 “Fifty helps”에 대한 당대의 평가를 알 수 있게 해 준다. 

“...(전략) 한국어를 배우는 데 있어서 도움이 된 서적은 Miss Baird의 “Fifty helps”과 Scott의 “Manual”이다.? Miss Baird의 “Fifty helps”은 마치 어두운 방에 비치는 한줄기 빛처럼 확실한 도움이 되었다.? 몇 주 동안이나 나는 어두컴컴한 언어의 방에서 이 밝은 빛에 매달렸다.? 이 책의 도움으로 나는 서서히 언어의 고지대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후략)...”

이와 같은 평가는 이 기사뿐 아니라 몇 편의 다른 기사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책의 체제를 적용한 “Fifty helps for the beginner in the use of the japanese language being an adaptation of Mrs. Baird’s fifty helps”(George H. Winn, 1914)라는 책이 출간되어 일본어 학습에 사용되었다는 점을 통해서도 이 책이 가지고 있던 영향력을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 베어드 부인 사후에 출간된 제5판(1921)과 제6판(1926)의 판본은 1920년 설립된 최초의 조선어 교육 기관인 Language School에서의 조선어 교육의 목적과 관련된 것이다. 이 기관의 커리큘럼을 보면 설립 초기에는 이 책을 수업용 교재로 사용한 것을 알 수 있다. 1920년 개설 당시의 임시 커리큘럼에는 주교재 중 하나로 기술되어 있으나 1921년 커리큘럼에는 이 책을 기초로 한 기본 문장을 통해 문법을 학습하게 한 것을 보아 주교재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또 1926년도 이후에는 이 기관이 발행한 제6판본을 개인 자습서로 활용한 것을 보아 이 책의 성격은 기관용 교재가 아니라 개인용 학습서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를 통해 “Fifty Helps”는 비록 기관에 의한 제도적 한국어교육이 시작되기 전에 출간된 것이기는 하지만 제도 교육 초기에는 일시적으로 기관용 교재로 사용되기도 했다는 점에서 한국어교육사에 있어서 중요한 사적 가치를 갖는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는 Baird 부인의 생전에 저술된 마지막 판본이며 체계가 완성된 제4판(1911, 요코하마에서 출판)을 중심으로 그 내용을 분석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본문에서는 제목을 ‘Fifty Helps(1911)’로 줄여서 칭하고 논의를 진행한다. --- 본문 중에서

[예스24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