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음운과 방언의 체계를 구명해 온 한 국어학자의 언어 명찰(明察)

국어 음운론, 방언학, 사전학, 어휘사 연구에 헌신하면서 언어 현상과 체계의 유기적 해석에 힘써 온 이병근 전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의 팔순(八旬)을 기념하여, 그가 평생에 걸쳐 발표한 논문들을 선별하여 수록한 논문집. 제1권 《음운 연구를 위하여》에 12편, 제2권 《방언 연구를 향하여》에 13편의 논문이 각각 실려 있다. 앞길을 찾아 헤매던 중·고교 시절 “우리 것을 함께하며 산다면 자신의 일생도 그런대로 행복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이르러 ‘국어학’을 전공으로 택한 저자는 오랜 고심 끝에 먼저 고향 용인의 친숙한 방언을 언어 명찰(言語明察)의 출발점으로 삼고 차츰 소백산맥을 따라 경북 울진에서 전북 운봉 등을 돌며 방언자료 채집과 관찰을 통해 음운체계와의 관련성을 탐구했다. 이를 통해 〈경기지역어의 모음체계와 비원순모음화〉, 〈음운규칙과 비음운론적 제약〉을 비롯하여 사실의 충실한 기술과 이론적 깊이가 돋보이는 글들을 발표했다. 그러다가 음운, 형태, 조어는 물론이고 의미에 이르기까지 어휘의 총체적 문제를 다루는 사전학으로 관심을 넓히고, 다시 현대 이전의 어휘 자료까지 종합적으로 살피는 어휘사 연구를 시도하면서 언어 탐구와 후학 양성에 매진했다.

이 책의 발간을 기획한 정승철 서울대 국문과 교수는 ‘편집후기’에서 저자가 국어를 연구하는 기본 태도는 “체계를 고려한 언어 현상의 접근”이었다고 회고하면서, 아울러 외국의 선진 언어 이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되 그 수용이 그저 “보세가공(保稅加工)”에 머무르지 않도록 노력했던 저자의 학문적 태도가 이 두 권의 선집 속에 선명히 드러나 있다고 덧붙인다. “언어연구는 일종의 끊임없는 명찰(明察)”이라는 감회를 피력하며 묶어 낸 이 논문집에는 늘 새로운 언어학적 이니셔티브 찾기를 게을리하지 않은 한 국어학자의 모습이 오롯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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