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우리 말글을 목숨처럼 수호한, 
한글학자이자 독립운동가 최현배 

최현배는 열여섯 살에 주시경 선생을 만나 한글을 배우기 시작한 이래 60여 년을 오로지 한글을 위해 살았다. 일제강점기에는 한글에 민족의 정체성이 있다는 굳은 신념으로 한글맞춤법통일안 마련, 표준말 정립, 우리말 사전 편찬 등에 심혈을 기울였다. 일제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면 문화를 진작시켜야 한다며 국어 어법 바로 세우기가 먼저라 하였다. 이에 문법연구를 집대성한 ?우리말본?(1937)과 한글 연구를 체계화시킨 ?한글갈?(1941) 등의 대표적인 저술을 펴냈다. 1926년에는 ?조선민족 갱생의 도道?를 발표하여 일제의 식민 통치하에서도 민족이 다시 살아나기 위해서는 실천적 이상주의를 고취하고, 도덕 경장, 경제 진흥, 고유문화의 진흥 방법 등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더욱이 그는 “말씨[언어]는 겨레의 표현일 뿐만 아니라, 또 그 생명이요 힘이다. 말씨가 움직이는 곳에 겨레가 움직이고, 말씨가 흥하는 곳에 겨레가 흥한다”며 목숨처럼 한글을 지키고자 노력하다 조선어학회사건에 연루되어 3년간 옥고를 치르기도 하였다. 해방 후에는 대한민국의 국어정책에 초석을 다지고 한글전용운동에 헌신하였다. 조선어학회 재건을 서둘러 국어교재 편찬에 착수하였고, 강습회를 열어 한글을 가르쳤다. 미군정 편수국장에 임명된 뒤에는 초·중등 교과서의 한글 원칙, 가로쓰기 등 어문정책의 큰 틀을 잡았고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에는 ‘한글전용법’을 관철시켰으며 국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가로쓰기를 보편화하고자 더욱 힘썼다. 

일본말이나 한자어로 된 용어들을 우리말로 다듬기 위해 노력했는데,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많은 용어들은 그의 손길을 거쳐 탄생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한자폐지운동을 벌이는가 하며 ?큰사전? 편찬에도 힘을 쏟았으며 한글의 기계화를 추구하여 한글타자기 탄생에도 이바지하였다. 

특히 1953년 4월, 이승만 대통령이 한글맞춤법통일안 이전의 옛 철자법으로 한글을 고치라는 지시를 내리면서 이른바 ‘한글파동’이 일어났는데, 최현배 선생은 문교부 편수국장직을 그만두고 한글 투쟁에 앞장섰다. 결국 각계각층의 격렬한 반대로 ‘한글파동’은 약 2년 만에 없던 일이 되었다. 

이외에도 최현배는 ?글자의 혁명?(1947)·?한글의 투쟁?(1958)·?한글가로글씨 독본?(1968)·?고희 기념 논문집?(1968)·?한글만 쓰기의 주장?(1970) 등의 단행본으로 펴내 한글전용과 풀어쓰기의 이론을 발표하였다. 또한 그는 국어 정화를 주장하면서 일본어의 찌꺼기를 몰아내고자 ‘우리말 도로 찾기 운동’을 전개하기도 하였다. 

이 책은 최현배 선생의 삶을 조명하는 일대기뿐만 아니라 그의 한글연구와 관련한 학술적인 내용까지 포함하였다. 2020년은 최현배 선생이 돌아가신 지 5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다. 그가 목숨처럼 여긴 한글을 우리는 가벼이 저버리고 있지 않은가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한글에 대한 그의 신념을 이해하고 한글의 소중함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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