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책소개]


이 책의 제목에서 은 ‘해독’은 훈점 판독과 번각을 의미한다. 고문헌, 특히 훈점본에 익숙하지 않은 분이라면 일본어에 능통한 분일지라도 훈점을 판독하는 것은 쉽지 않다. 게다가 한문훈독의 세계에서 통용되는 관용적인 이해나 생략 등도 있어 도식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이 직접 기입한 훈점에는 오류도 존재한다. 따라서 동대본의 가점자(加點者)가 천자문 250구를 어떻게 훈독하였는지 알기 위해서는 훈점을 정확하게 판독할 필요가 있다. 이에 먼저 동대본에 기입되어 있는 대로 훈점을 번각하여 나타내고 훈점을 둘러싼 제반 사항에 대해 설명하였다. 필요한 경우 문법적인 설명, 어휘적인 설명도 덧붙였다.
이러한 고찰을 바탕으로 동대본에 훈점을 기입한 가점자가 의도한 몬젠요미에 의한 훈독문을 작성하고자 하였다. 또 동대본에 실린 이섬의 주석은 해당 구를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내용에 한해 번각하였다.
다음으로 ‘번역’ 파트는 ‘해독’ 파트에서 작성한 한문훈독문을 우리말로 번역하였다. 또 내용 이해에 꼭 필요하다고 판단된 이섬의 주석을 인용한 후 우리말로 번역하였다.
그러나 이와 같은 필자의 연구내용 보다도 본서가 더욱 가치 있는 것은 동대본의 사진본 전체를 싣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에서는 고문헌 전체를 영인하는 일은 대단히 드문 일이다. 영인은 고사하고 고문헌을 공개하는 일 자체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최근에는 소장처에서 홈페이지에 사진을 공개하기도 하고 문헌의 실물사이즈 그대로 영인본을 간행하는 일이 시작되기는 했지만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더구나 한국에서 일본의 훈점본 전체를 사진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본서의 연구 내용이 논문이나 연구서로서만 제공되는 것과, 그것의 바탕이 되는 훈점본을 함께 보면서 그 내용을 이해하는 것과는 질적인 면에서 큰 차이가 있음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밖에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한국과 일본의 천자문 수용사를 비롯한 간략한 ‘해설’도 덧붙였다. 한국과 일본은 문화적인측면에서 유사한 면이 많지만 한편 상이함도 적지 않다. 천자문의 수용과 관련한 것도 그 중 하나이다. 텍스트의 측면에서도 한국과 일본이 차이를 보일 뿐만 아니라 천자문을 이용한 한자학습의 측면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이와 같은 천자문을 둘러싼 한일 양국의 차이와 동대본훈독이 보여주는 몇 가지 특징도 ‘해설’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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