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朝鮮五百年 奇書인가? 禁書인가?

“보고 좋으면 법도 삼고 나쁘면 경계 삼아
 일 따라 스스로 삼가면
 음담패설 벌거숭이가 내게 무슨 대수일까 보냐!”
- 부묵자의 ''파수록'' 한 말씀

''조선상말전(朝鮮常-傳)''은 
풍부한 지혜, 넉넉한 슬기, 날씬한 기지, 뼈를 깎는 풍자, 심원한 해학, 허탈한 자조(自嘲), 포복할 골계, 경탄할 임기응변, 간교한 미학, 용맹스런 기략이 전편에 가득 넘친다. 분명 이는 잃지 않은 시심(詩心)의 드러냄이요, 멸하지 않을 영원한 아침의 나라, 메(山)가 빼어나고, 물 맑은 나라의 자랑임을 어쩌랴. 뉘 있어 이를 한갓 진담누설(陳談陋說), 음언야어(淫言野語)라만 하랴.
 ''조선상말전''에는 낙천적이면서도 진취적이고 해학이 넘치는 우리 겨레 미래지향적 원형질이 사실적이고 구체적인 상말을 통해 잘 드러나 있다. 이 책에는 옷이라곤 한 올도 걸치지 않은 천둥벌거숭이 말과 이야기들뿐이다. 그것들은 혐오감이 아닌 조선시대 적나라한 양반선비는 물론 일반서민들의 이불속 생활풍정을 훔쳐보는 넉넉한 시선으로 읽어내야 하리라.

홀딱홀딱 꿈틀꿈틀 육담풍정 생명언어
 한국토착민속집 가운데서 십대기서(十大奇書)라고 할 수 있는 서거정의 ''태평한화(太平閒話)'', 송세림의 ''어면순'', 성여학의 ''속어면순'', 강희맹의 ''촌담해이'', 홍만중의 ''명엽지해'', 부묵자의 ''파수록'', 장한종의 ''어수록'', 작자미상의 ''성수패설'' ''기문(奇聞)'' ''교수잡사(攪睡?史)'' 등 알짜만을 가려뽑아 수록하고 있다.
상말이란 양반계층이 아닌 일반 백성들이 면면히 써 내려온 풀뿌리 언어를 이르는 것이다. ‘양반들이 망해 먹은 나라 백성들이 지킨다’는 말이 있다. 힘 없는 백성들이 실은 나라를 떠받치는 근간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이 말은 또한 백성들이 써 온 상말이 곧 겨레를 지키고 겨레 혼을 지켜 내려온 바탕 언어임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이런 사실은 이 ''조선상말전'' 어느 쪽을 들춰 보아도 흥겹게 확인할 수 있다.

투가리맛 살꽃맛, 상말은 겨레의 말뿌리
 무릇 ‘전(傳)’이란 사람의 평생행적을 기록하여 후세에 전하는 것으로, 역사가에 의해 받아들여 쓰여졌다. 사마천이 ''사기(史記)''를 편찬할 때 백이열전(伯夷列傳)을 비롯 70여 편 전을 남긴 이래 역대의 ''이십오사(二十五史)'' 사가들이 이를 계승하였다. 그러다 문인들에게도 보급되어 정사에 들어가지 못한 처사(處士) 일민(逸民)들의 드러나지 않은 덕행이나 서인 천민의 본받을 만한 행실을 유머를 섞어가며 기교적으로 서술하여 후세에 남기려 했다. 
 ''파수록(破睡錄)''의 저자 부묵자의 말처럼 “이 책을 보고 좋으면 법도로 삼고 나쁘면 경계로 삼는다면 음담패설 야어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라는 대승적 안목으로 읽기를 권한다.
 ''조선상말전''은 ''춘향전''이나 ''심청전''과 마찬가지로 조선시대의 투가리맛, 살꽃맛 넘치는 ‘상말모이 이야기책’이라 하리라. 이처럼 ''조선상말전''은 우리 겨레 말뿌리를 알아내고자 낱말 어원까지 추적, 밝혀 놓았고 상말 관련 민담, 전설, 구전설화 등을 ‘관련이야기’로 묶어서 자연스럽게 홀딱 벗고 배우는 기회가 되도록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