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미국 역사상 공공도서관이 입은 최대의 손실, 로스앤젤레스 공공도서관의 참사를 추적하다! 

1986년 4월 29일 아침, 로스앤젤레스 공공도서관에서 화재경보가 울렸다. 놀라서 소지품을 챙기고 허둥지둥 뛰쳐나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당시 안에 있던 400여 명의 사서와 이용객들은 ‘또 시끄럽게 울리네’라며 귀찮아하는 기색이었다. 어차피 다시 들어올 거니 소지품도 그대로 둔 채 나갔고, 도서관은 8분 만에 비워졌다. 다들 밖에서 다시 들어가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성냥 하나에서 시작됐을지 모르는 이 대화재는 소방관들조차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틈을 타 전력질주하기 시작했다. 프랑스의 판화가 귀스타브 도레의 삽화가 실린 1860년도판 《돈키호테》, 최초의 현대 영어 완역본인 1635년도 커버데일 성경, 모든 셰익스피어, 과학부의 제본되지 않은 모든 원고, 건축가 안드레아 팔라디오가 1500년대에 쓴 책, 도면과 설명서가 첨부된 1799년부터의 미국 특허 목록 550만 개, 도서관이 소장했던 마이크로필름의 4분의 3 등 40만 권의 책을 한 줌의 재로 남겼으며, 70만 권의 책을 훼손시켰다. 

불타거나 훼손된 책의 수는 일반적인 도서관 분관 15개의 소장 도서를 전부 합친 것과 맞먹었다. 그곳에 남겨진 것은 비통함과 재 냄새뿐이었다. 역대 최대 공공도서관 화재 사건인 이 일은 그러나 신문과 방송에서 다뤄지지 않았고, 책 애호가들조차 이런 일을 모른 채 지나갔다. 책 애호가 수전 올리언은 사건 발생으로부터 30년 뒤 이 일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누군가 일부러 도서관에 불을 지른 걸까? 그는 과연 누구일까? 

저자는 화재 당시 근무 중이던 사서들과 경비, 진압 작전에 투입되었던 소방관과 이후 도서관 재건에 힘을 실어주었던 기업가 등을 찾아가 인터뷰하고 사건 이면의 이야기들을 흥미롭게 풀어냈다. 개관 당시부터 도서관을 지킨 역대 사서와 경영진들의 삶, 수많은 이용객이 들려주는 도서관에 얽힌 삶을 통해 진화하는 유기체로서의 도서관을 만날 수 있다. 


북소믈리에 한마디!

도서관의 유력 방화범으로 지목되었던 해리 피크를 조사하기로 마음먹은 저자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그의 누나, 애인, 그와 가까웠던 성직자, 친구들, 동료들을 한 명 한 명 만나 해리라는 인물의 몽타주를 그려갔다. 실제로 해리는 화재가 일어난 아침에 도서관에 있었고 심지어 친구에게 자기가 방화범이라고 이야기했는데, 결국 수사 선상에 올라 체포되었지만 해리를 범인으로 붙잡아둘 만한 법적인 증거는 하나도 없었다. 그래도 비밀을 풀고 싶었던 저자는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 사건에 매달렸고, 잠깐 주목을 끌고 시야에서 사라졌던 ‘해리 피크 사건’을 전면적으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