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년을 농인과 함께한 이준우 교수가 농문화와 수어통번역을 폭넓게 다룬 책. 《수화언어의 이해와 실제》, 《수화통역 입문》, 《농인과 수화》, 《데프 앤 데프》 등 농인과 농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저서 여러 권을 출간한 이준우 교수는 이 책에서 수화언어를 독립적인 언어로 봐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농인은 ‘듣지 못하는 사람’이 아닌, ‘수화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수어를 다룬 기존 책들이 수어를 소개하고 가르치는 것에 그쳤다면, 《농인의 삶과 수화언어》는 이를 넘어 음성언어와 수어, 두 언어를 이어줄 다리 역할을 하는 수어통번역을 깊이 있게 다루며 농인과 청인이 어울러 살 수 있는 사회를 꿈꾸게 한다. 농사회에서 청인으로서, 목회자로서, 교육자로서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온 저자의 고민이 돋보인다.
스티븐 핑커는 ‘언어는 인간 본질로의 창’(Language is a window into human nature)이라고 말했다. 수화언어를 외국어와 동등한 위치를 지닌 하나의 언어로 바라볼 때, 그리고 농인을 수어를 사용하는 언어소수자로 바라볼 때, 농인과 농문화에 대한 진정한 이해가 피어날 수 있을 것이다.
1부 “농인의 삶”에서는 농정체성과 농문화를 다뤘다. 청인 중심사회에서 농인이 겪는 현실과 수화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으로서의 농정체성, 그리고 농인만의 독특한 문화를 충실히 소개해 청인도 농인을 진실하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2부 “한국수어”에서는 독립된 언어로서의 수화언어를 다룬다. 수어만의 특징을 소개하고 수어사전의 의의를 살폈다. 3부 “수어통역과 수어번역”은 음성언어와 수화언어, 두 언어를 이어줄 전문 영역인 수어통번역을 다룬다. 통번역의 기본 의미와 함께, 음성언어와 수어 사이를 이동할 때 반드시 알아야 할 지침과 전문 기술을 친절하게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