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엑스쿨투라 8권. 20세기의 문명비판가이자 사상가인 이반 일리치와 중세학자이자 사회운동가인 배리 샌더스가 협력해 12세기 르네상스의 타임캡슐을 연다. 전 세계가 영어교육의 지배 아래 놓여있고, 모국어가 민족 정체성 유지의 해답처럼 여겨지는 오늘날 문자 문화의 참모습을 추적한다. 중세기 고문서를 연구하던 두 저자는 자료와 질문을 모아 말과 글의 역사, 스콜라적 책읽기와 개인의 탄생, 말이 힘과 생명력을 잃고 창백하게 굳어져버린 과정들을 생생히 빚어낸다.
자본화된 서구 사회를 다각적으로 비판해 영향력을 발휘해온 일리치의 학술적 연구의 물꼬를 튼 첫 저술이기에 그 의미가 남다르다. 게다가 이 연구는 지식의 양식으로서 말과 글이 지닌 영향력을 탐구하는 데만 머물지 않는다. 두 저자가 정말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의 마음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섬김과 나눔, 바로 우리가 오랫동안 잊고 지내온 우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