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이 책은 ‘문자・매체・도시’라는 주제로 지난 1년간 지속된 학제적 공동연구의 결실이다. <문자人 Homo Litteratus - 동서양 문자의 사회문화적 연구>의 일환으로 진행된 우리의 작업은 문명과 학문의 토대인 문자가 우리의 생활과 맺고 있는 밀접한 연관을 학문적으로 규명하고자 하는 일차적인 목표 속에서 이루어졌다. 인문학의 위기와 구텐베르크 은하계의 몰락을 이야기하는 현 상황에서 우리는 역으로 문화를 형성하고, 전수하며, 교환하는 문자의 역할에 우선적으로 주목했다.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정보화의 시대에도 여전히 강력한 문자의 영향력 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근대 인쇄시대는 종이가 문자를 독점하는 형태로 특징지어진다면, 우리 시대는 문자가 다른 매체와 만나 다양한 상호관계를 맺으며 일상의 공간 속으로 대폭 확대되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문자의 사회・문화적 효과와 예술적 상상력을 집중적으로 탐구함으로써 문자의 공간적, 매체적 차원을 다원적으로 연구하고자 했다. 더불어 인류의 정신적 자산과 역사적 집적체로서 문자가 일상의 시공간에서 다양한 문화적 함의와 예술적 상상력으로 구현되는 과정에 대한 고찰이 이루어졌다. 
오늘날의 도시는 그야말로 문자로 뒤덮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간판, 광고, 이정표, 플래카드, 그리고 빌딩의 외벽을 장식하는 전자 광고와 전자 신문 등이 이미 우리 생활환경의 일부를 구성하고 있다. 도시는 마치 거대한 책이 펼쳐져 있는 것과 같다. 전통적인 인문학에서 책을 연구대상으로 삼았다면, 이제는 이러한 생활환경 속의 문자가 가진 힘과 위력을 탐구하며 그 대상을 우리가 살고 있는 문화 공간 전반으로 확장시킬 수 있다. 이렇게 우리의 연구는 문자를 인쇄매체로 한정시키는 전통적 수용방식보다는 문화적 매개로서 문자의 개념을 확장시킨다. 문자에 대한 이러한 폭넓은 이해 속에서 우리는 문화적 매체로서의 문자가 도시의 역사적 기억과 물질적 공간 속에서 구축되거나 해체되는 과정을 탐색하고, 예술과 문화를 가능하게 한 문자의 매체성에 주목하며, 도시공간과 예술작품이라는 구체적인 부분까지 미시적으로 탐구하고자 했다. 그 결과 ‘문자와 도시’, ‘문자와 매체’, ‘매체와 도시’의 세 가지 소주제가 도출되었다.

[알라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