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길이, 넓이, 무게, 양 등을 수치로 나타내기 위하여 계산의 기본으로 정해 놓은 기준인 "단위`. <삼국사기>, <삼국유사>, <고려사>, <조선왕조실록> 등 우리나라 고문헌에 등장하는 옛날 단위어를 비롯하여 세계 여러 국가의 각종 단위어를 망라 정리하고 해설한 단위어사전이 출간돼 주목받고 있다. 각 단위어들을 가나다 순으로 정리한 단위어사전은 단위어를 수효, 부피, 질 량 등 50 여 항목으로 나누고 가름, 무량대수, 중대, 마이크로그램, 폭 등 5천 여 단위어의 다양한 뜻갈래와 그에 따른 출전, 예문을 소개했다. 봉(封) 이라는 단위어는 "봉지`의 뜻으로 봉지에 물건을 담아 그 수량을 세는 데 쓰 는 말이라는 뜻풀이와 바늘, 담배, 설탕과 사탕, 생강과 후추 등 12가지 물건 의 수효를 나타내는 데 쓰였음을 실례와 함께 기술했다. 한편 계량 및 측정에 관한 법률 시행령, 조선 시대 척도 및 양기 용적표 등을 부록에 담아 참고자료로서의 가치를 더했다. 한국최초 `單位語사전` 나왔다 한문이나 외국어 번역자들에게는 필수적인「단위어(單位語) 사전」이 국내에 서는 처음으로 한 소장 학자의 12년 각고 끝에 세상에 나왔다. 단국대 동양학 연구소 박성훈(朴成勳·48) 전문위원은 최근 국내외에서 각종 도량형(度量衡)을 나타내는 단위어 3천 5백 가지를 사전식으로 풀이한「단위어 사전」(민중서림刊) 을 펴냈다. 박씨가 이 사전을 펴내기 위해 뒤진 자료는 삼국사기 삼국유사에서 조선왕조 실록과 외국의 사전 등 3백 여 가지에 이른다. 이 사전에는 쌀의 부피를 재는 「되」나「말」, 말(馬)의 숫자를 세는「필」, 길이를 재던「자(尺)」등은 물론 지금은 쓰이지 않는 단위들도 수두룩하다. 과거 기름을 쟀던「복자( ト子)」, 죽인 적장(敵將)의 머릿수를 가리키는「급 (級)」, 공문서의 숫자를 나타냈던「각(角)」등이 대표적 예다. 우리나라 단위 어와 외국 것의 비율은 8대 2정도. 박씨는『일반적인 훈(訓)으로 읽기 쉬운 단위어들을 정리했기 때문에 한문 번역과 연구엔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사전이 안 나왔으면 한국학계는 영원히 일본이나 중국 사전의 신세나 질 뻔 했다. 인천 교대를 나와 초등 학교 교사 생활을 하다 국제대 야간학부 국문과를 나오고 이어 단국대 대학원 한문 학과를 졸업한 박씨는 지난86년 우연히 한말 탁지부에서 펴낸 문서를 보다 60여 개의 단위어가 나오는 것을 보고『작은 논문이나 써볼까』 해서 조사를 시작한 것이 사전 편찬까지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 후 1시간 반 일찍 출근하고, 도시락 먹으며 점심시간을 쪼개고 퇴근 후엔 밤 늦도록 자료를 정리하는 작업이 이어졌고 한문 고전을 보면 단위어에만 눈이 번쩍 뜨일 정도가 됐다. 그는『이제부턴 천지인(天地人) 삼재(三才)에 관한 그림과 관련 문헌을 모은「한 국삼재도회」와 약 2만 명의 자(字)와 호(號)를 모아 펴냈던「한국 인명자 호 사 전」의 개정판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 조선일보 김한수기자 (98/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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