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딱지본의 소환
 이제 일반인들에게도 친숙한 ‘딱지본’은 학술분야에서 처음 만들어져 쓰이기 시작한 단어가 아니라 서적의 유통시장과 이를 애독했던 독자들에서 의해서 붙여진 명칭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딱지본의 ‘주인’은 국문학 연구자들이었다. 고소설 연구자들이 딱지본 연구의 서막을 올렸고, 근대소설 연구자들이 그 뒤를 이어서 딱지본을 사유화해왔다. 그 결과 딱지본은 ‘구활자본 고소설’과 동의어가 되기도 했고, 다른 한편 ‘신소설’과 동의어가 되기도 하였다. 이렇게 국문학 연구자들이 딱지본을 독점하기 시작하면서, 딱지본이 지닌 본래의 의미와 가치는 배제되고, 책의 내용만을 중요시하는 방향으로 변질되었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 미술사학이나 디자인史 분야에서 딱지본을 다루게 되면서 딱지본에 대한 이러한 잘못된 인식은 근본적으로 수정되고 있다. 딱지본 자체, 무엇보다 딱지본 표지에 주목하면서, 이를 그린 특정 화가에 대한 연구, 딱지본 책의 표지나 삽화 등 장정과 관련된 시각이미지를 중요시하는 새로운 접근과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제 딱지본은 더 이상 문자텍스트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화려하고 재미있는 이미지 텍스트로서의 딱지본, 딱지본 표지가 갖는 의미를 회화적, 미술사적, 사회사적 의미, 한 단계 더 나아가 출판사적 의미까지 찾아야 할 시점이다.
근대서지학회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국문학 연구자에만 국한되지 않고, 모든 사람들에게 딱지본의 존재가 올바르게 알려지고, 연구가 활성화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근대서지총서’ 12호를 󰡔오래된 근대, 딱지본의 책그림󰡕으로 간행하게 되었다.


딱지본의 복원
 딱지본은 70~80년대까지만 해도 시골장터에 가면 한구석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고, 그리고 십여 년 전만 해도 변두리 헌책방만 가도 한두 권 만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근자에 이르러서는 그러한 풍속도는 이미 사라졌고, 급기야는 딱지본조차 박물관에나 가야 볼 수 있는 존재가 되고 말았다. 
딱지본이 불과 얼마 전까지 우리 생활 속 친근한 출판물로 자리해온 것은 틀림이 없으나 다른 한편으로 그만큼 학문적 조명을 받지는 못한 존재였다. ‘딱지본’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는 단행본은 현재 한두 종에 불과하다. 따라서 딱지본에 대한 안내서와 실질적 의미를 탐구한 책은 전무한 상황이다.
먼저 규명되어야 할 것은 딱지본의 정확한 어원과 시작이다. 우선 ‘딱지본’이란 ‘딱지’와 ‘본’이 합쳐져 만들어진 단어이다. 딱지본은 옛날에 주로 남자 아이들이 갖고 놀던 딱지처럼 울긋불긋하고 화려한 색깔과 모양으로 표지를 꾸민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딱지본은 ‘울긋불긋한 그림을 그린, 표지의 꾸밈이 황홀한, 여느 책에 비해서 활자 포인트도 크고, 정가도 비교적 싼’ 책이라고 규정할 수 있겠다. 
딱지본이라는 말의 사용 시기는 현재로서는 이에 대한 명확한 답을 찾을 수 없다. 일제강점기에도 딱지는 있었으며, 50〜60년대를 거쳐 80년대에 이르기까지 어린이 놀이문화로서 딱지가 존재했었다. 그렇지만 문헌을 통해서는 딱지본이라는 용어는 70〜80년대에 와서야 본격적으로 사용되었다. 이러한 정황을 참고한다면 처음에는 ‘이야기책’(또는 ‘얘기책’)이라 부르다가 1950년대부터 ‘딱지본’이라 부르기 시작했고, 70〜80년대 들어와서 일반명사로 자리매김된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딱지본 750여 책을 대상으로 딱지본의 본래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주력했다. 그래서 ①가급적 표지 이미지를 크게 하고, ②표지뿐만 아니라 판권지까지 영인하며, ③원본의 이미지를 최대한 그대로 반영했다.
이 책에 수록된 딱지본의 이미지 배열순서는 필자들이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다. 1908년경의 딱지본 초기부터 시작하여 1950년대 이후로 끝맺는 통시적 배열이 가장 무난한 방식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런 식으로 배열해본 결과, 동일 제목(내지는 이본 관계에 있는) 작품들이 발행년도에 따라 이곳저곳으로 흩어져 그들을 한눈에 알아볼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게다가 처음 이 책을 준비할 때, 딱지본에는 수량 면에서 많지는 않지만, 소설책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가요집은 물론이고 실용서(척독류 등)와 같은 다양한 딱지본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드러내려 하였다. 그래서 1908년부터 1950년 이전까지의 배열을 기본적으로 ‘소설’과 ‘비소설’로 나누어 제시하였다. 그 결과 ‘통시적 배열’과 ‘내용에 따른 카테고리 구분’이라는 두 요소를 함께 고려하여 배치하였다. 
이러한 원칙에 의거해 이 책에 수록된 자료의 총계는 다음과 같다.

① 딱지본 이전의 책표지 19종 21책
② 딱지본 소설 397종 587책
③ 딱지본 비소설 35종 36책
④ 1950년대 이후 딱지본 소설 90종 115책
⑤ 1950년대 이후 딱지본 비소설 12종 12책
누계 553종 771책


딱지본의 재조명, 새로운 자리 매김을 위한 논의들
 이 책은 딱지본을 새로운 시각에서 재조명하며, 앞으로 딱지본을 어떤 시각에서 바라보고 연구해야하는지에 대한 고민의 글도 실려 있다. 「오래된 근대 딱지본의 매혹」(유석환, 성균관대)에서는 딱지본의 개념, 딱지본의 흥망성쇠, 딱지본 연구의 새로운 관심에 대한 필자의 입장을 기술했고, 「딱지본 소설책의 표지 디자인」(서유리, 서울대)에서는 1910년대부터 1940년대까지 딱지본 소설 표지의 변화에 대해 자세히 추적했다. 그리고 「고소설 연구에서 딱지본과 딱지본의 표지」(유춘동, 선문대)에서는 딱지본 연구의 동향, 딱지본 표지의 의의, 딱지본 연구의 방향을 살폈으며, 「딱지본 소설 목록의 양상과 문학사적 가치」(김영애, 청주대)에서는 새로 발굴한 400여 종의 딱지본 소설 중에서, 󰡔사랑의 싸움󰡕, 󰡔인간고락󰡕, 󰡔봄을 맞는 처녀󰡕 등을 상세히 검토했다. 마지막으로 「옥중화에 나타난 이도영의 목판화 도상 연구」(홍선웅, 판화가)에서는 도화서(圖畫署) 출신의 화가였던 안중식(安中植)의 수제자 관재(貫齋) 이도영(李道榮)이 그렸던 딱지본 표지의 면모와 그 중에서 고소설 󰡔옥중화󰡕의 도상(圖像)을 자세히 다루었다.
지금까지 딱지본은 국문학 연구자들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시대적 감각이 시각이미지를 중요하게 여기는 방향으로 바뀌면서 딱지본에 대한 관심이 전 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이들에게 중요한 참고 서적 및 연구를 위한 공구서(工具書)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알라딘 제공]